세상이야기

방학숙제도 사교육으로 하는 세상

마음나무 2009. 8. 28. 08:51
다음주 월요일이면 조카의 개학날이네요. 방학 내내 놀고만 있다가 밀린 방학숙제 하느라 정신 없는 모습은 예전에 제 모습과 같더군요.ㅋㅋ
뭐... 대부분의 학창시절이 그렇겠지만, 다들 방학 하기전에는 항상 거창한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막상 방학이 끝나갈 때 쯤이면, 놀기만 했던 기억이....ㅋㅋㅋ 하여튼 조카나 저나 마찬가지더라구요...ㅋㅋ

자,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얼마전 누나에게 연락이 왔는데, 초등학생 6학년 조카가 방학숙제 때문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전화였습니다.  누나의 전화에 무슨 초등 6학년이 방학숙제 때문에, 고민하냐고 했지만, 옆에서 대성통곡(?)하며 울고 있는 조카의 울음 소리에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저도 좀 진지하게 들어주었습니다.

조카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영어말하기 대회 3분 내외의 영어말하기 대회 원고 작성 때문이었답니다.

그래서, 누나에게

"아니, 학교에서 전부 다 영작하고 말하기 가르쳐 주었으니까, 숙제 내 주었을 껄... 수업시간에 학교 선생님이 말씀하신 수준으로 작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조카가 못 한다면, 수업시간에 딴청 한 것 아니냐고...."
 
오히려 조카를 혼을 내 줘야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조카 얘기로는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외국인 강사가 하는 말하는 것 따라하는 것만 배웠지, 영작은 배워 본적이 없다며, 울면서 서러워하더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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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가 방학 동안에 쓰기 시작한 영어 일기랍니다.-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나름 노력이 보이네요....ㅋㅋ)

 조카가 쓰고 있는 영어 일기랍니다. 주로 문구가 "나는~~을 합니다." 수준인데,ㅋㅋㅋ 3분 내외로 발표 준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에는 좀 부족함이 있어 보이네요..ㅋㅋㅋ

학교에서는 3분 분량의 원고만 작성해 오면, 담임교사가 원고 첨삭을 해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외워서 발음까지 교정한다고 공문이 발송되어 있었지만, 이 정도의 조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겠네요.... 30초만 끝날려나...ㅋㅋ

누나가 오죽 답답했으면, 저에게 원고를 부탁하려고 전화했을까요? ㅋㅋ 일단, 3분 분량의 원고 작성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기에 제가 작성해 준다고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조카의 속사정을 알기위해 조카 학교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요.

이건 뭥미.... 담임교사의 말이 더 황당했는데요.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영어 교사가 따로 있는데, 모른다는 말로만 일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솔직히 담임교사도 아이들이 원고를 가져오면 첨삭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안되서 공문에는 그렇게 나갔어도, 자신들은 모른다고만 일관하더라구요. 담임교사도 시골이라 아이들이 이 숙제를 얼마나 잘 해 올지는 자신도 걱정이 되기는 한다고 하네요. 영어 수업을 외국인강사와 함께 진행한지 5개월정도 밖에 안되어서,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도 인정하고 있고요.ㅠ ㅠ....
그렇다면, 결국 아이들이 방학내내 영어 학원과 같은 사교육을 하라는 얘기밖에 안되지 않나요.

해당 영어 전임 교사와 통화가 되었는데, 교사 왈...
"영작이나 창작 말하기와 관련해서 학교에서 따로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아이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이 찾아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며, 자신도 솔직히 학교에서 전임 교사로 임명되어서 영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연수를 통해 많이 배워가고 있으니까, 학생도 좋고, 나도 좋은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하며,  다 이게 학생들을 위해서.... 라고 말하는 모습에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자신도 못 하는  것을 아이에게 과제로 주면, 아이가 어떻게든 해 올 것이라는 놀라운 교육 가치관....!
최고를 자랑하는 공교육에서 몸담고 계시는 분의 사교육 스러운 가치관이겠지요....

쯧쯧 하여튼, 정말 가관이네요.... 이 분.....ㅠㅠ

해당 담임교사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 없는 숙제를 담임교사 보고 첨삭 지도한다는 형식적인 공문을 발송하는 학교 영어 전임교사.....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은 아는게 없고, 첨삭할 능려도 안되고.....(이게 아마도 서울 강남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들의 영어 수준이 아닐까 하네요.....ㅠ)
 너무 형식적이고 무책임해 보였답니다. 이런 과제로 인해,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내 몰리고, 도대체 아이들은 왜 상처를 받아야할까요.......

누나는 사실 대도시에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나름 시골(너무 깍아내렸나?ㅋㅋㅋ)지역 유지 정도의 알부자인데요. 매부가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커야한다며, 사교육을 시키지 말자는 뚝심이 있어서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번 일로 매부는 여전히 사교육 하지 말자는 고집은 여전하지만, 누나 입장에서는 애가 처지는 것이 안타까워 이참에 몰래라도 학원을 보낼려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기도 한 것이, 조카들의 친구들은 이미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외국인 강사와 한국인 강사가 원고 작성은 물론, 발음 교정에서부터 학생들의 원고에 대해 해석 및 문법적인 설명까지 모두 교육을 해 주어서, 마치, 아이가 자신이 작성했다고 우겨되면, 완벽한 원고를 준비해 준 것 처럼 3분내외의 원고를 만들어 놓은 상태이니,
기껏해야 I AM~~~, MY NAME IS~~ 수준의 영작만 가능한 조카가 친구들과 자신을 원고를 비교하니, 오죽했을까요.... 게다가, 시골이라서, 영어 원어민 강사가 들어온지, 5개월밖에 안 된 곳에서, 이건 뭐, 토익 속성 학원도 아니고, 초등 6학년생이 5개월만에 주제를 선정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과연 의문이 드네요.
게다가, 담임이라는 분의 무책임하고, 모른다는 입장은 정말.....ㅠㅠ
이러니, 아이들이 사교육을 찾을 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매부의 입장을 지지합니다만, 누나의 입장도 참 지지 못한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누나의 이야기와 조카, 학교 담임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왜 조카가 힘들어하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일단, 조카를 다독거려주었고요. 원고는 조카가 하고 싶은 말을 국어로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와서, 제가 영어로 작성해 주었는데, 조카가 학원을 다니지 못해서 자신이 과제를 해 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어른들이 주지 말아야했던 아이의 상처가 앞으로도 깊게 남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만일, 제가 학부모였다면, 그 영어 교사와 담임교사에게 한 마디 좀 하고 싶더군요.

최소한, 아이가 배운 부분에서 숙제를 내 주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몰아 넣는 것 밖에 더 되냐고..... 그나마, 집에 돈이 있는 집 아이들은 괜찮겠지만, 결손 가정 아이들은 숙제를 돈이 없어 못하는 아이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은 해 보셨는지....ㅠㅠ
참 씁씁하네요.....~!

세상 참 잘 돌아가는 걸까요...?